Sunday, April 02, 2006

교보문고에서의 Autograph Session!!




[4.1 싸인회 후, 동네에서 뒷풀이 할 때 by 최지웅 -> 책이 주는 이미지와는 너무 다르죠? 사람들이 괜히 못 알아 보는 것이 아닌듯...^^;;;]





대학교 신입생일 때, 이원복씨의 싸인회에 간 적이 있다.

너무나도 존경하는 인물로, 반디앤루니스에서 30분간 기다려 그의 싸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의 이름 석자를 빨리 휘갈긴 싸인만을 받았다.
나는 그에게 궁금한 것도 많았고, 원하는 글귀도 있었다.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내가 작가가 된다면, 독자들과 더 많은 것을 소통하고 싶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책을 두권을 썼다. 책을 한번 쓸 때마다, 책을 몇백권씩 읽고 쓴다.
책은 여행과 마찬가지로 스타일의 문제이기 때문에,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여러 책들을 참조했다. 하지만 결과물은 늘 만족스럽지 못 하다.
그런데 그런 책을 읽어 주고, "여행을 가고 싶어졌어요"라고 말해주는 분을 보면너무나도 힘이 난다.



만약 그러한 응원과 위로가 없었다면, 이번 <원더랜드 여행기>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한 서점 직원에게서 '여행을 다룬 책 중에서 현재 가장 많이 나가고 있는 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나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책을 읽어 본 사람들은, 내가 작가로서 대단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안다. 어렸을 적부터 외국에 있어서 한국어 구사능력이 남들보다 떨어진다.

사실 내가 잘 하는 것은, 외롭게 독일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익힌 자조적이면서도 약간은 병적인 위트들이다. 독일어를 할 줄 모르는 나는 누구보다도 외로웠다.


나는 나의 슬픔을 웃음으로 변환시키는데 익숙하다. 여기에는 중학교 때 독일에서 만난 진중권 선생님의 영향도 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랄한 글을 쓰는 진중권 선생님,독일 유학중인던 그분에게 논술 공부를 2년간 배우지 않았더라면,지금쯤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전거를 탈 때, 왜 달리는지 생각하지 않고 오직 내가 달려야만 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듯이,글을 쓸 때는, 어떤 목적을 위해 쓰기 보다는, 오직 내가 써야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나는 독자들이 너무나 고맙다.


책을 한권살 때 나에게 떨어지는 돈은 800원이지만, 그분들이 책을 읽고 남기는 간단한 방명록 글, 쪽지, 이메일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이다. 게릴라 사인회를 시작한 것을 그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이번 책에서 만나게 될 주인공을 직접 보면책을 읽을 때의 느낌이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판사의 허락도, 서점의 허락도 받지 않고 독자들을 모아 서점 한 가운데서 게릴라 사인회를 했다.

독자분들이 '눈을 마주쳐 주면서 이야기해줘서 고맙다'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분들이 나와 눈을 마주쳐 가며 고맙다고 이야기해줘서 고맙다.
가능하면 모든 분과 셀카를 찍고 싶다.
싸인회의 오신 분들의 책은, 유일무이한 책으로 만들고 싶다. 그래서 쓸데없는 낙서를 잔뜩 해 놓는다. '나중에 절판되면 희귀본으로 비싸게 팔릴 것이다'라고 말해주면서. 그리고 싸이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기억나는 분이면 농담을 건넨다.


서점에서는 나를 싫어 한다. 게릴라 사인회를 하면, 서점 안이 소란 스러워 지고, 그렇게 되면 직원들이 높으신 분들께 귀찮은 이야기를 듣게 되니, 그럴만도 하다.
게다가 말도 많다. 30명 싸인/낙서 하는데 한시간이 걸릴 정도니...

지난번 공식 싸인회를 할 떄 사람은 60명 정도가 왔는데,책은 10권이 팔렸다고 한다. 모두들 책을 가져와서 사인을 받은 것이다.
서점에서는 다시는 찾아 오지 말라는 투로 말했다.
나로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나는 독자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것은 사람 많은 곳에서 '한우'옷을 입고 다니는 '무모함'과 '웃음'이다.


첫번째 책은 군대에서 이병시절부터 일기를 쓰는 척 하며 조금씩 쓰다 병장이 됐을 때 발간을 해서, 이러한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만약 그때 휴가를 내서라도 이렇게 싸인회를 했다면, 더 많은 동기 부여가 됐을 것 같다.


앞으로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지는 않을 것 같다.


전혀 주목을 받지 못 하는 작가가 되어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던,아니면 너무나 유명해져서 찾아 오는 사람들에게 내 이름 석자만 써주는 그런 작가가 되던,둘 중 하나일 것 같다.

그래서 독자들과 이야기를 하고,나의 진심을 보여 줄 수 있을 때힘이 조금 들더라도, 그들 곁으로 가까이 다가서고 싶다.

그래서, 아무도 부르지 않은 대구와 부산에 이렇게 찾아 온 것 같다.









영화 [Before Sunset]의 에단호크처럼,
나도 언젠가 파리의 조그만 서점에서 사인회를 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파리의 사람들이 내 책을 읽게 될지도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보다 더 큰 아픔은 사실,
파리에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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