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27, 2006

“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먼 곳에 대한 그리움



살면서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 보지 못 했다면, 그것은 단 한번도 당신의 모든 것을 바쳐 무언가를 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비행기에 올라 밤하늘을 보고 있자니 문득 암스트롱이 아폴로호가 점화되는 소리를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인다. 그는 한번도 우주에 나갔다는 사람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시중에 나오는 가이드 북도 없고, 변변 찮은 지도도 없이 달나라에 가는 그가 아무 후회도 없었을까.

나, 닐 암스트롱은 달로 날아 가는 아폴로 11호의 선장이다. 지금까지 남 부럽지 않은, 매우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이가! 지금 당장이라도 이 우주선에서 내리고 싶다. 달은 그냥 사진으로만 봐도 아름다운 곳이고, 바람이 잔잔하게 부는 날 연인과 함께 쳐다봐도 괜찮은 곳인데, 왜 내가 저런 곳까지 가야 하는 것이지? 엉덩이가 커 보이는 이 우주복도 마음에 들지 않고, 빨대로 빨아 먹는 식사들도 너무나 엉망이야.
친구들과 환송파티를 할 때까지만 해도 분명 신이 났었는데, 지금은 내가 진정으로 달에 가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어.
이건 마치 21세기가 되서도 쿠바 같은 나라를 자전거로 여행하는 것만큼이나 바보 같은 짓이야.

대충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그도 인간이기에, 약간의 후회와 망설임이 머리를 스쳤을 것이다.

며칠 동안 일련의 계획을 세웠지만, 사실 여행이 예상대로 흘러가는 것도 기대하기 힘들다. 나는 쿠바를 모른다. 인터넷에 올라 온 이야기들은 대부분 쿠바에 대한 낭만적인 찬가만 올려 놨다. 나 역시 쿠바가 주는 이미지에 매료되었을 뿐, 사실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않다. 뽀샤시처리된 사진만 보고 소개팅에 나갈 때처럼,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엄습해 온다. KBS에서 다큐멘터리를 찍으라 온다고 하는데, 언제 온다는 말도 안 해줬다. ‘연락 자주 하세요’라고 했을 뿐이다.

이런 불안감을 안고도 나는 비행기로 올라 탔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떠난다.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쿠바까지 자전거를 들고 왔다. “우리는 우리의 욕망을 죽임으로써 부분적 자살을 감행한다”, 어찌보면 나는 구스타프 융과 같은 말을 하면서도 정반대의 의도를 갖고 있다. 기꺼이 나의 욕망 부분을 포기함으로써, 자발적으로 ‘부분적 자살’을 할 것이다. 나는 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가장 중요한 의문은, 최첨단 의학과 심리학을 동원해도 어찌 하기 힘든 자기계발/발전을 과연 자전거여행으로써 얻을 수 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비행기에 올라 타 스타트를 해 놓은 이상
그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은 사랑이나 신의 존재에 관한 문제처럼, 그다지 의미가 없다.

닐 암스트롱의 경우, 결국 그는 성공적으로 계획을 마쳤고, 다음과 같은 위대한 말을 남긴다.

“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이 말처럼 모든 고민 속에 발에 도착해 해서 내딛은 암스트롱의 한 걸음은 인류에 있어서 큰 도약다.
이에 비해 쿠바에 올려놓는 나의 첫발은 인류에 있어서 아무런 의미도 없다.
하지만 그것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매우 위대한 한 스텝이 될 것이다.


-> 여행 첫날 일기입니다. 책 본문에도 나오는 글이지만, 독자분들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글을 쓰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히힛

몇몇 사람들은 제가 어린이 대공원이라도 갔다 온 줄 압니다.
쿠바에 가서, 동물원의 얼룩말을 찍듯 쿠바사람과 체게바라 사진을 찍어 올 거라고 생각하더근요.

사진 속에서는 온갖 위풍당당한 포즈를 취하지만,
저도 '쫄 줄 아는' 사람입니다. 혼자 쿠바 같은 곳을 가면서
한가하게 눈을 붙이고 '베사메 무초'같은 노래를 흥얼거릴만한
강심장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닐 암스트롱도 아폴로 호 안에서 '베사메 무초'를 흥얼거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습니다.

어느 가이드 북도,
설사 그것이 NASA가 만들어 준 것이라고 할지라도
여행의 불안을 막아 줄 수는 없거든요.

쿠바 여행은 제게 매우 중요한 스텝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아직도 내딛어야 하는 스텝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한 발자국씩 가다 보면
언젠가 상당히 괜찮은 곳에 도달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홧팅



[그러고 보니 체게바라의 모든 사진/그림/포스터는 모두 왼쪽 상단을 주시하고 있군요. 나도 담번엔 따라해 봐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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