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Izaka, 이창수입니다.
최근들어 별명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기존의 '100m서보면 이정재', '벗으면 유승준'(전부 조건부 별명이죠?) 에서
'거짓말쟁이', '허풍선', '전혀 신뢰감을 주지 못 하는 lazy-ass'로 별명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맨날 '나온다 나온다'해 놓고 안 나오는 책에 대한 기대가 커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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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모르시는 분을 위해 - 저기 100m 앞에서 이'모' 연예인을 닮은 사람이 저입니다 - 벽화에
그려져 있는 사람 말구요...^^:;;]
허나,
지난 수요일! 극비리에 제가 파주 출판 단지에 다녀왔습니다. (그렇죠, 싸이월드에 안 올리면 모든 것이 '극비'가 되지요)
제 책이 인쇄소에서 찍히는 모습을 지켜 보기 위해서 입니다.
지난번 책 '나쁜 여행' 때는 군대에 있었기 떄문에, 외박을 나와서 서점에 발매된 책을 받아 봤을 뿐 그것이 어떤 공정을 거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쇄소 - 즉, '책공장'에 가서 제 책이 만들어 지는 것을 눈물을 훔치며 (약간 과장을 하자면 그렇다는 얘기죠) 지켜보았습니다. 감동, 또 감동...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3권에 보면, 공장 견학기가 나오는데, 저도 '책 공장'에 대한 견학기를 짤막하게 써 보겠습니다. 지금은 열심히 쇼트트랙을 보고 있느라 비몽사몽간에 글을 쓰고 있지만, 메시지 만큼은 확실히 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선 충무로에 있는 성광사에서 끝까지 디자이너-편집자-작가의 삼각관계에서 첨예한 대립을 하게 했던 표지의 최종판을 꺼냈습니다.
표지를 위해서 5장의 필름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다지인을 공부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자세한 설명을 드리자면...흠, 저도 잘 모릅니다. 옆에 계신 디자인공부하는 친구들에게 물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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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름에 찍힌 제 모습입니다. 한장처럼 보이지만, 사실 5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CMY 색을 잘 섞어서 칼라를 내는 것인데, 여러분이 보시는 책들 중 흑백은 1도, 단색은 2도, 컬러는 4도라고 합니다. 그것이 필름의 숫자를 결정을 합니다.
제 책의 표지는 5도, 즉 5장의 필름을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CMY가 만들어 내지 못 하는 별색을 집어 넣기 위해서이지요. 은색과 야간 주황빛 도는 핑크색이 사용됐습니다. 상당히...빤딱빤딱한 표지가 되겠지요?^^
필름 출력소에서 일하시는 직원분이 종이를 이용해 여러 장의 흑백필름을 조심스럽게 종이에 싸서 주셔서 건네주셨습니다. 그 필름을 들고 성광사를 나와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지하철을 타고 대화역으로 향했습니다. 편집자님은 제게 필름간수를 잘 하라고 부탁했습니다. 만약 필름에 스크레치가 생기면, 앞으로 몇만, 혹은 몇 십만권까지 (아싸) 찍힐지 모르는 책 전부에 흠집이 생기게 되고, 그렇게 되면 수많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팬들이 저희 집 앞까지 찾아와 환불 항의를 하는....(이하 생략 ->어이가 없죠?)
어쨌든, 대화역에서 인쇄소 영업사원의 라이드를 받아 출판소를 향했습니다.
약 25분 정도를 가니, 자유로를 넘어 파주의 출판단지가 펼쳐졌습니다.
정부의 힘찬 지원으로 조성된 출판단지이지만, 아직 아파트가 완공되지 않아 동네사람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없이, 허허벌판에 네모난 공장들이 듬성듬성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공장들이 어마어마 하게 큽니다.
이 출판단지가 얼마나 초창기 준비단계에 있냐면요, CGV가 하나 있는데, 토요일 프라임 타임에 가더라도 혼자서 영화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썰렁하다고 합니다. 그러면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냐고 묻자, 출판단지 내에 배달이 되는 곳이 두군데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중국집이고 하나는 분식집인데, 그 중 중국집은 워낙 음식맛이 떨어져 자장면을 먹지 않으면 나을 수 없는 그런 요상한 병에 걸린 사람이 생기기 전까지는 절대 시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호기심이 발동해 자장면 한그릇을 시키자고 하려고 했지만, 보수적인 편집자님의 눈쌀에 못 이겨 떡볶이+김밥+순대로 점심을 떼웠습니다.
교양과 지식과 감성을 담는 책이 만들어 지는 곳, 참으로 낭만적인 곳 같지요?
하지만 할리우드 스튜디오같은 큰 상자 모양의 인쇄소 안으로 들어 가면, 철컹철컹, 쿵쾅쿵쾅 기계 소리가 유별나게 들립니다. '어둠 속의 댄서'의 공장 씬이 생각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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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 공장 '책공장'의 모습입니다. 썰렁하죠?]
[여느 공장과 다를 바 없는 내부의 모습입니다]
[60년대 SF 영화에 나올만한 그런 기계들 모습입니다. 단추가 많고, 계속해서 삐비빅 소리를 내는 ...하지만 이 기계들이 만들어 내는 퀄리티는 세계 최고입니다]
인쇄를 담당하는 기사분들 두분과 영업부원님, 그리고 편집자님이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제 책은 이번에 '이라이트'라는 비싼 용지에 인쇄가 되는데, 이 종이는 약간 노란띠를 주는 용지로 약간 빈티지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색깔을 잘 안 먹고 지분이 많이 생기는 문제점이 있어서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고 합니다. 저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 구경을 하다가 공장 사진을 찍으러 돌아 다녔습니다.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마치 하회마을을 열심히 사진찍어 대는 일본사람 구경하시듯 저를 보시다가 다시 하시던 일을 마저 하셨습니다.
책은 필름을 가져 와서, 그것을 출력하고, 그 다음 그것을 제본을 해서 책으로 만듭니다. 쉽게 말해, 기본적인 방식 원재를 갖고 오면, 그것을 가공시키고, 그것을 완제품으로 만드는 공정은 동원참치를 만드는 과정과 같은 것입니다.
'흠, 이 색은 조금 너무 어둡지 않나요?'
'아, 지금 이 이라이트 용지위에서 색이 잘 스며들지 않아서 그러는데, 색을 말리면 조금 더 밝아질 겁니다'
'아, 그래요? 그래도 한 두톤 정도 높여서 뽑아주세요. 그리고 이 곳의 빨간 색은 가제본의 색깔하고 약간 차이가 나는데, 빨간 색을 조금 빼주시고, 그린을 조금만 높이는게 좋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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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에는 똑같은 종이 여러장을 펼쳐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계십니다]
그리면 두톤을 높이는 과정과 색깔 조정이 들어 가죠. 약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그러는 동안 저와 편집자는 이층 대기실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대부분 프로모션에 관한 것이지요. 빠른 시간내에 초판을 다 팔 수 있을까를 이야기했습니다. 결론은 '열심히, 부지런히 프로모션을 한다'로 나왔습니다. -.-;;;
잠시 후 영업부에 계신 분이 올라 와 커피를 타 주시고, 이런 저런 출판사업에 대한 이야기, 종이에 대한 이야기, 인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저는 세계 리코더의 거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새로운 송나무 리코더 T-100에 관한 리뷰를 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리고 다시 1층에 내려 가서, 색깔과 명암을 결정하게 됩니다.
'흐흠, 여기선 이창수씨의 턱선이 안 사는데...좀 더 콘트라스트를 주세요'
'턱은 이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충분히 얼굴 윤곽은 산다고 보는데요'
'그래도 한번만 더 뽑아주세요'
[색깔을 만드는 기계들입니다. 수많은 페인트와 빨강,노랑,파랑, 그리고 먹색을 결정하는 기계입니다. 기계의 굉음 소리와 전혀 안 어울리는 귀여운 색깔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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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저 두 사진의 색 차이가 보이시나요?]
2층에 가서 다시 30분간 담화.
그리고 편집자님이 영업부원께 물어 보죠.
'여기 있는 이 학생,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요?'
'글쎄요...잘 기억이 안 나는데...혹시 TV에 나오지 않았나요?'
'예, TV에도 나왔어요'
'그런데 ..하하...잘 기억이 안 나네요...'
'....표지에도 나왔던 분이잖아요..^^:;;'
'앗, 그렇습니까? 표지에는 굉장히 터프하게 보이던데...실제로는...안경을 쓰셔서 그런지...하핫...'
....그렇죠. 아까 '이창수씨의 턱선'에서도 '이창수'가 누군지 몰랐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분에게는 오직 색채와 명암으로만 사진을 볼 뿐이라는 것이죠. 상당히 프로페셔널한 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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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로 저렇게 망점 하나하나를 살피니 제 얼굴이 눈에 들어 올릴 리가 없죠]
인쇄 기사님들 사이에서도 '아, 저사람이 모델이예요?'
... 책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도 모르고,
제가 책에 나오자, 여행기를 장식하는 모델로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워냑 몸의 모양새가 좋기 때문에...(생략 -하지만 왜 작가가 그곳까지 따라갔는지는 끝까지 이해하지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원래 그런 일은 흔치 않죠.)
표지를 보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별색을 쓰는데, 밤 늦게까지 기다린 결과, 책의 표지의 색을 볼 수 있었는데, 약 두번의 수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마지막 코팅을 거치면 색깔이 한톤 더 어두워진다고 하는데, 아직 표지가 다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하기 힘들었습니다.
[책은 한장한장씩 뽑는 것이 아니라, 저렇게 16장을 한꺼번에 큰 종이에 뽑은 다음에, 페이지 수에 맞게 잘라서 제본을 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되지 않아, 띠지는 확인하지 못 하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파주 출판단지의 밤은 무척이나 어두웠습니다.
자, 주말 동안 철컹철컹, 쿵쾅쿵쾅, 제 두번째 책이 찍히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다음주 화요일, 혹은 목요일, 서점에서 제 책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기계 위에 올려진 제 책의 표지 모습입니다. 아하하, 기엽져?]
...으흐흑, 저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ㅠ.ㅠ
화이팅입니다~^^
p.s: '이창수씨, 우리는 끝까지 신비주의야. 마지막까지 표지를 공개해서는 안돼',
'멀리서 본 것도 안 돼요?' ,
'안 된다니까요. 쫌 만 더 기다려요'
...라는 대화에도 불구하고, 쪼금 공개한 것들이 있습니다. 작가의 용기를 볼 수 있는 부분이졍. 아무튼, 다음주에 속시원하게 모든 것을 공개하죠.
...그런데 저만큼 이 책을 기다린 사람도 있을까요?
2. 쇼트트랙, 금메달 두개 따는 것 확인했습니다. 저도 이제 잘래용...@.@
끝으로, 멋진 샷 한장!
있는 힘껏, 끝까지 정진!
Izaka, 이창수입니다.
최근들어 별명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기존의 '100m서보면 이정재', '벗으면 유승준'(전부 조건부 별명이죠?) 에서
'거짓말쟁이', '허풍선', '전혀 신뢰감을 주지 못 하는 lazy-ass'로 별명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맨날 '나온다 나온다'해 놓고 안 나오는 책에 대한 기대가 커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jpg)
[혹시 모르시는 분을 위해 - 저기 100m 앞에서 이'모' 연예인을 닮은 사람이 저입니다 - 벽화에
그려져 있는 사람 말구요...^^:;;]
허나,
지난 수요일! 극비리에 제가 파주 출판 단지에 다녀왔습니다. (그렇죠, 싸이월드에 안 올리면 모든 것이 '극비'가 되지요)
제 책이 인쇄소에서 찍히는 모습을 지켜 보기 위해서 입니다.
지난번 책 '나쁜 여행' 때는 군대에 있었기 떄문에, 외박을 나와서 서점에 발매된 책을 받아 봤을 뿐 그것이 어떤 공정을 거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쇄소 - 즉, '책공장'에 가서 제 책이 만들어 지는 것을 눈물을 훔치며 (약간 과장을 하자면 그렇다는 얘기죠) 지켜보았습니다. 감동, 또 감동...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3권에 보면, 공장 견학기가 나오는데, 저도 '책 공장'에 대한 견학기를 짤막하게 써 보겠습니다. 지금은 열심히 쇼트트랙을 보고 있느라 비몽사몽간에 글을 쓰고 있지만, 메시지 만큼은 확실히 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선 충무로에 있는 성광사에서 끝까지 디자이너-편집자-작가의 삼각관계에서 첨예한 대립을 하게 했던 표지의 최종판을 꺼냈습니다.
표지를 위해서 5장의 필름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다지인을 공부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자세한 설명을 드리자면...흠, 저도 잘 모릅니다. 옆에 계신 디자인공부하는 친구들에게 물어 보시죠.
.jpg)
[ 필름에 찍힌 제 모습입니다. 한장처럼 보이지만, 사실 5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CMY 색을 잘 섞어서 칼라를 내는 것인데, 여러분이 보시는 책들 중 흑백은 1도, 단색은 2도, 컬러는 4도라고 합니다. 그것이 필름의 숫자를 결정을 합니다.
제 책의 표지는 5도, 즉 5장의 필름을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CMY가 만들어 내지 못 하는 별색을 집어 넣기 위해서이지요. 은색과 야간 주황빛 도는 핑크색이 사용됐습니다. 상당히...빤딱빤딱한 표지가 되겠지요?^^
필름 출력소에서 일하시는 직원분이 종이를 이용해 여러 장의 흑백필름을 조심스럽게 종이에 싸서 주셔서 건네주셨습니다. 그 필름을 들고 성광사를 나와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지하철을 타고 대화역으로 향했습니다. 편집자님은 제게 필름간수를 잘 하라고 부탁했습니다. 만약 필름에 스크레치가 생기면, 앞으로 몇만, 혹은 몇 십만권까지 (아싸) 찍힐지 모르는 책 전부에 흠집이 생기게 되고, 그렇게 되면 수많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팬들이 저희 집 앞까지 찾아와 환불 항의를 하는....(이하 생략 ->어이가 없죠?)
어쨌든, 대화역에서 인쇄소 영업사원의 라이드를 받아 출판소를 향했습니다.
약 25분 정도를 가니, 자유로를 넘어 파주의 출판단지가 펼쳐졌습니다.
정부의 힘찬 지원으로 조성된 출판단지이지만, 아직 아파트가 완공되지 않아 동네사람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없이, 허허벌판에 네모난 공장들이 듬성듬성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공장들이 어마어마 하게 큽니다.
이 출판단지가 얼마나 초창기 준비단계에 있냐면요, CGV가 하나 있는데, 토요일 프라임 타임에 가더라도 혼자서 영화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썰렁하다고 합니다. 그러면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냐고 묻자, 출판단지 내에 배달이 되는 곳이 두군데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중국집이고 하나는 분식집인데, 그 중 중국집은 워낙 음식맛이 떨어져 자장면을 먹지 않으면 나을 수 없는 그런 요상한 병에 걸린 사람이 생기기 전까지는 절대 시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호기심이 발동해 자장면 한그릇을 시키자고 하려고 했지만, 보수적인 편집자님의 눈쌀에 못 이겨 떡볶이+김밥+순대로 점심을 떼웠습니다.
교양과 지식과 감성을 담는 책이 만들어 지는 곳, 참으로 낭만적인 곳 같지요?
하지만 할리우드 스튜디오같은 큰 상자 모양의 인쇄소 안으로 들어 가면, 철컹철컹, 쿵쾅쿵쾅 기계 소리가 유별나게 들립니다. '어둠 속의 댄서'의 공장 씬이 생각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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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 공장 '책공장'의 모습입니다. 썰렁하죠?]
[여느 공장과 다를 바 없는 내부의 모습입니다]
[60년대 SF 영화에 나올만한 그런 기계들 모습입니다. 단추가 많고, 계속해서 삐비빅 소리를 내는 ...하지만 이 기계들이 만들어 내는 퀄리티는 세계 최고입니다]
인쇄를 담당하는 기사분들 두분과 영업부원님, 그리고 편집자님이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제 책은 이번에 '이라이트'라는 비싼 용지에 인쇄가 되는데, 이 종이는 약간 노란띠를 주는 용지로 약간 빈티지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색깔을 잘 안 먹고 지분이 많이 생기는 문제점이 있어서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고 합니다. 저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 구경을 하다가 공장 사진을 찍으러 돌아 다녔습니다.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마치 하회마을을 열심히 사진찍어 대는 일본사람 구경하시듯 저를 보시다가 다시 하시던 일을 마저 하셨습니다.
책은 필름을 가져 와서, 그것을 출력하고, 그 다음 그것을 제본을 해서 책으로 만듭니다. 쉽게 말해, 기본적인 방식 원재를 갖고 오면, 그것을 가공시키고, 그것을 완제품으로 만드는 공정은 동원참치를 만드는 과정과 같은 것입니다.
'흠, 이 색은 조금 너무 어둡지 않나요?'
'아, 지금 이 이라이트 용지위에서 색이 잘 스며들지 않아서 그러는데, 색을 말리면 조금 더 밝아질 겁니다'
'아, 그래요? 그래도 한 두톤 정도 높여서 뽑아주세요. 그리고 이 곳의 빨간 색은 가제본의 색깔하고 약간 차이가 나는데, 빨간 색을 조금 빼주시고, 그린을 조금만 높이는게 좋을것 같네요'
.jpg)
[제가 보기에는 똑같은 종이 여러장을 펼쳐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계십니다]
그리면 두톤을 높이는 과정과 색깔 조정이 들어 가죠. 약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그러는 동안 저와 편집자는 이층 대기실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대부분 프로모션에 관한 것이지요. 빠른 시간내에 초판을 다 팔 수 있을까를 이야기했습니다. 결론은 '열심히, 부지런히 프로모션을 한다'로 나왔습니다. -.-;;;
잠시 후 영업부에 계신 분이 올라 와 커피를 타 주시고, 이런 저런 출판사업에 대한 이야기, 종이에 대한 이야기, 인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저는 세계 리코더의 거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새로운 송나무 리코더 T-100에 관한 리뷰를 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리고 다시 1층에 내려 가서, 색깔과 명암을 결정하게 됩니다.
'흐흠, 여기선 이창수씨의 턱선이 안 사는데...좀 더 콘트라스트를 주세요'
'턱은 이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충분히 얼굴 윤곽은 산다고 보는데요'
'그래도 한번만 더 뽑아주세요'
[색깔을 만드는 기계들입니다. 수많은 페인트와 빨강,노랑,파랑, 그리고 먹색을 결정하는 기계입니다. 기계의 굉음 소리와 전혀 안 어울리는 귀여운 색깔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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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저 두 사진의 색 차이가 보이시나요?]
2층에 가서 다시 30분간 담화.
그리고 편집자님이 영업부원께 물어 보죠.
'여기 있는 이 학생,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요?'
'글쎄요...잘 기억이 안 나는데...혹시 TV에 나오지 않았나요?'
'예, TV에도 나왔어요'
'그런데 ..하하...잘 기억이 안 나네요...'
'....표지에도 나왔던 분이잖아요..^^:;;'
'앗, 그렇습니까? 표지에는 굉장히 터프하게 보이던데...실제로는...안경을 쓰셔서 그런지...하핫...'
....그렇죠. 아까 '이창수씨의 턱선'에서도 '이창수'가 누군지 몰랐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분에게는 오직 색채와 명암으로만 사진을 볼 뿐이라는 것이죠. 상당히 프로페셔널한 면입니다.
.jpg)
[돋보기로 저렇게 망점 하나하나를 살피니 제 얼굴이 눈에 들어 올릴 리가 없죠]
인쇄 기사님들 사이에서도 '아, 저사람이 모델이예요?'
... 책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도 모르고,
제가 책에 나오자, 여행기를 장식하는 모델로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워냑 몸의 모양새가 좋기 때문에...(생략 -하지만 왜 작가가 그곳까지 따라갔는지는 끝까지 이해하지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원래 그런 일은 흔치 않죠.)
표지를 보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별색을 쓰는데, 밤 늦게까지 기다린 결과, 책의 표지의 색을 볼 수 있었는데, 약 두번의 수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마지막 코팅을 거치면 색깔이 한톤 더 어두워진다고 하는데, 아직 표지가 다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하기 힘들었습니다.
[책은 한장한장씩 뽑는 것이 아니라, 저렇게 16장을 한꺼번에 큰 종이에 뽑은 다음에, 페이지 수에 맞게 잘라서 제본을 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되지 않아, 띠지는 확인하지 못 하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파주 출판단지의 밤은 무척이나 어두웠습니다.
자, 주말 동안 철컹철컹, 쿵쾅쿵쾅, 제 두번째 책이 찍히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다음주 화요일, 혹은 목요일, 서점에서 제 책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기계 위에 올려진 제 책의 표지 모습입니다. 아하하, 기엽져?]
...으흐흑, 저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ㅠ.ㅠ
화이팅입니다~^^
p.s: '이창수씨, 우리는 끝까지 신비주의야. 마지막까지 표지를 공개해서는 안돼',
'멀리서 본 것도 안 돼요?' ,
'안 된다니까요. 쫌 만 더 기다려요'
...라는 대화에도 불구하고, 쪼금 공개한 것들이 있습니다. 작가의 용기를 볼 수 있는 부분이졍. 아무튼, 다음주에 속시원하게 모든 것을 공개하죠.
...그런데 저만큼 이 책을 기다린 사람도 있을까요?
2. 쇼트트랙, 금메달 두개 따는 것 확인했습니다. 저도 이제 잘래용...@.@
끝으로, 멋진 샷 한장!
있는 힘껏, 끝까지 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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